얼마 전, 집 근처 탐라도서관에서 책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책방 밖으로 삐져나온 책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갔고, 그 책은 “심야 이동도서관” 그림책이었다.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주인공인 알렉산드라는 어느 날 이른 새벽 낡은 캠핑카를 만나게 된다. 그 캠핑카 속에는 주인공이 살면서 읽었던 책들이 전부 소장돼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일기장까지도... 하지만 아침이 되자 그 심야 이동도서관의 오픈쇼 사서는 마감이 됐다며 그녀를 내보낸다. 그녀는 대출이라도 가능한지 물어보지만, 사서는 안 된다고 못 박는다. 그 후 그녀는 매일 밤 심야 이동도서관을 찾아 길을 나서지만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의 남자친구마저 이 일로 떠나게 된다. 그 후 다시 만나게 될 심야도서관을 기다리며 그녀는 독서에 열중한다. 그러던 중 9년 만에 심야 이동도서관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는 사서에게 자신도 이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싶다고 부탁하지만 오픈쇼 사서는 자격이 안 된다며 거절한다. 이후 그녀는 심야 이동도서관이 아닌 일반 도서관의 사서가 됐고, 끝내 관장에 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심야 이동도서관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는 말로 표현도 못할 만큼의 많은 양의 책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결국 그녀는 사서가 되기 위해 목숨을 끊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녀가 다시 눈을 뜬 곳은 아주 넓은 도서관이다. 알렉산드라는 오픈쇼 사서를 다시 만나 이제 자신의 이동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 그 서가는 처분했죠.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도서관은 말이죠, 살아 계신 분들만 이용할 수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주인공은 다른 살아있는 사람의 사서역할을 맡게 된다.

 “심야 이동도서관”은 작가인 오드리 니페네거의 청소년기에 꾼 꿈을 바탕으로 구상한 작품 “도서관”의 앞부분이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설정한 점이 있는데 도서관은 사후 세계이고, 한 사람이 읽은 모든 글이 보관된 낡은 캠핑카는 천국이라는 점이다. 결국 주인공은 천국을 쫓아 비극적인 희생을 결단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이 책에서 순리에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확인했다. 우리는 평생 소멸을 겪으며 산다. 인간관계, 여러 아끼는 물건들, 기억 등등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이 소멸되지 않는 그 캠핑카의 사서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판단을 했다. 즉, 소멸에 저항하기 위해 본인이 희생하는 다소 과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순리에 저항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그 용기에 큰 가슴속 울림을 받았다. 나 자신은 이제까지 살면서 그저 모든 것에 순응하며, 살진 않았는가? 반대로 내가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단순히 쉽고, 수준이 낮은 책 이겠거니 편견을 갖고 쉽게 접근했으나 오히려 이제까지 읽었던 수많은 두꺼운 소설책 보다 마음에 울림을 줬다. 이 세상은 노력만으로 살 수 없다. 삶의 어느 정도는 포기 아닌 포기로 감수해야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삶의 부분을 순응하며 살아가는 수동적인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김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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