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나에게 큰 전환기였다. 22살의 나이에 17학번 타이틀을 달고 새로운 학교, 새로운 전공에 도전했다. 처음 편입했을 때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우리 과(언론홍보학과)로 편입해서 어때?’였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이 ‘좋아, 좋아요.’ 간단하지만 가장 적절한 답변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종강을 약 한 달을 앞둔 지금, 나는 여전히 배움이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고 알아야 할 것이 많은 17학번 새내기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밤을 새워 과제를 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에 차지 않는 결과물들을 보며 실망하기도 하고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스스로 발전이 없어 보일 때면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 구작가(작가) 저 ⃓ 예담(출판사)

  그러던 중에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만났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 괜찮은 하루 앞에 ‘그래도’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그래도’라는 단어는 앞 내용을 받아들일 만하지만 그럴 수 없거나 그렇지 않음을 나타낼 때 쓰는 부정적이면서 긍정적인 말이 아닌가. 노란 표지의 책 띠지에는 ‘소리를 잃고 빛을 잃어도 나에겐 아직 따뜻한 손이 남아 있어! 앞으로 더 잘 부탁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동화 같은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한 책의 내용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이 책의 저자 구작가는 자신을 베니라는 토끼로 의인화했다. 주인공 베니는 두 살 때 열병을 앓고 난 후 귀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되는 청각장애가 생겼다.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어머니 덕분에 세상에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되고 후에 ‘싸이월드’라는 웹사이트에서 스킨작가로 일한다. 좋아했던 학교와 친구들을 떠나 오랫동안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생활을 보내다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생각만큼 벌이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구작가는 스킨작가로 일한 지 몇 달 만에 인기를 얻게 되었다. 처음으로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싸이월드가 하락하게 되고 연이어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리게 되어 시력까지 잃게 될 위기가 찾아온다. 시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베니는 이렇게 말한다. ‘왜? 어째서? 왜 나야? 대체 왜?’ 하얀 털이 붉게 변한 채로 어두운 방에서 절규하고 있는 베니의 모습은 나에게 아픔으로 다가왔고 그의 절망은 무겁고도 크게 느껴졌다.

  아픈 곳 없이 젊은 나이에 매일 부족한 부분만을 찾아 아쉬워하고, 불평하고, 불만족 하는 내 모습이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자신에게만 가혹한 세상에서도 하고 싶은 것들을 찾고 그것에서 빛을 발견하려는 구작가는 위인전 속 헬렌 켈러가 아닌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구작가는 자신의 마음속에 빨간색이 가득하다고 했지만, 그의 그림은 그 어떤 것보다 따뜻하다. 그것은 아마 태풍으로 모든 것을 잃은 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멀리서 결혼하는 친구를 축복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구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막막하고 어둡게만 느껴지는 일상에서도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빛을 찾아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아픔을 안고 있음에도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베니를 통해 오늘 하루를 더욱 감사히 여기고 간절한 내일을 찾을 수 있는 책, ‘그래도 괜찮은 하루’. 

  나의 2017년은 힘들고 버겁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괜찮은 한 해였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3학년 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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