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데 자긴 싫고. 장혜현 저. 2016. 자화상

  졸리면 자야지. 도서관에 비치된 수많은 책들 중에서 눈에 띈 책 한 권. 제목을 보는 순간 저 말이 떠올랐다. 졸리면 잠을 자야 되는 것이 아닌가? 작가에겐 어떤 사연이 있길래 잠 못 들고 밤을 지새울까.

  5년을 이어온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한 커플이 있다. 여자는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다. 그와의 첫 여행 이였던 오사카와 교토로. 왜 그곳을 갔을까? 그리움에 더 사무쳐 울고 싶었나?

  이는 책의 저자인 장혜현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전교 1등 짝꿍을 만났고 자율학습 시간의 지루함을 보내기 위해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며 책에 빠져 들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 서른 살의 젊은 작가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다닌 지는 10여 년 정도 되었다. 일본, 이탈리아, 스위스 등 여행을 갈 때면 그녀는 항상 일기를 쓴다. 그 날의 일들과 감정들을 적어둔 10년간의 일기를 책으로 펴낸 것이 ‘졸린데 자긴 싫고’이다.

  20대였던 그녀는 길고 길었던 연애를 마치고 서른 살이 되어 홀로 여행을 간다. 혼자 가는 여행을 결심한 계기는 이별의 무서움이었다. 헤어진 상황이 두려워 그것보다 더 큰 무서운 일을 만들고자 시작한 것이 여행이었다. 이별 후 밤만 되면 찾아오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잊으려 노력할수록 더 생생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반대로 최대한 끌어올려 생각해내길 반복했다. 잊혀 진 듯 드물게 떠오르는 기억들. 그와 처음 갔던 오사카와 교토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녀만 혼자였을 뿐. 하지만 외롭지 않다. 그녀는 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서로 옆에 있었지만 우리는 왜 쓸쓸했을까?’ 묻는 작가의 말은 현재 연애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조금 의아했다. 매일 볼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을 만나도 서로를 위하는 배려가 있기에 쓸쓸함을 느껴보지 못해서 일까. 연애를 하면서 기간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의아했던 이유가 2년과 5년의 연애의 시간의 차이와 상관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겠다.

  그러나 그들보다 짧은 연애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경험에서 공감되는 것들은 많았다. 서로에 대한 지나친 배려는 맛없는 음식을 마주 한다는 것. 남자친구와 밥을 먹을 때 서로 메뉴를 양보하다 힘만 빠진 적이 여러 번 있다. 내가 먹었던 맛 집을 안내하는 것 또한 사소하지만 진정한 배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내가 헤어짐을 경험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와 관련한 물건들을 버리며 헤어짐을 인정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헤어짐을 피하려 애쓸 때는 헤어짐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줄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가버리려는 마음을 붙잡을 때는 그 마음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는 가벼웠다고. 계속해서 마음이 슬프다면 놓아주자고 그녀의 아픈 경험이 말해준다. 어쩌면 슬퍼도 놓아줄 수 없을 것 같은 나는 아직 저자보다 한참 어린 가 보다.

  이 책은 이별로 인하여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폭풍을 위태롭게 버티는 사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무뎌져가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들에겐 결국 평화로운 그리움이 찾아오고 이 그리움이 자신을 한층 성장시킬 것이다. 끝은 헤어짐일지라도 함께 했던 경험은 하나의 경험치가 되어 자신을 충전시켜 줄 것이다.

  책 내부에 있는 삽화들은 여자의 감정에 더 몰입하도록 도운다.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들은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을 만큼 고요하고 차분하다. 그녀가 생각하는 여행의 중독성은 앞만 보고 걷던 사람에게 잠시나마 뒤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순간의 짜릿함이다. 사진을 보면 그 짜릿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졸린데 자기 싫은 것이 아니다. 자고 싶은 데 잠을 잘 수 없었다. 밤이면 떠오르는 5년의 시간들이 그녀의 새벽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2권 ‘어른이 되긴 싫고’를 출간 준비 중이다. 그녀의 말은 현실적이고 공감이 많이 된다. 이별을 몰라도 좋다. 나 역시 이별을 알지 못해서 이 책에 더 끌렸던 것같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3학년 임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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