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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F사이의 ‘Chung Chun(청춘)’[공개수배, 청춘을 찾습니다] (3) 학점에 목마른 사회
이미현 | 승인 2017.06.14 12:29
제주대학교 중앙도서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우리 모두는 가슴 설레는 로맨스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에 등장하는 ‘남주혁’같이 훈훈한 선배와 동기, 알콩달콩 캠퍼스 커플, 따사로운 날 잔디밭에서 책을 읽는 여유 등 대학 캠퍼스에 대한 로망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자신이 공부할 강의를 선택하는 수강신청을 한다. 취업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수강신청을 하는데 있어서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배우고 싶은 과목이 아닌, ‘학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학생들은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이 아니라 학점 따기 쉬운 과목, 소위 꿀 교양을 수강한다는 것이다. 영혼 없는 수강신청을 거치고, 듣고 싶은 과목 대신 신청한 꿀 교양의 조별과제와 개인과제들을 하다보면 우리의 코앞에는 어느새 시험기간이 다가와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로망은 없다.

이렇듯 대학생활 중심에는 늘 ‘학점’이 있다. 봉사, 동아리, 대외활동 등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추세에도 학생들에게 ‘고학점’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의학서에도 없는 ‘학점 강박증’이란 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 예로, 학점이 낮게 나올 것 같은 과목은 재수강을 통한 소위 학점세탁을 하려고 수업을 안 듣는 경우도 생겨났다. 제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씨(경제학과, 25)는 “이미 출석을 몇 번 놓치고 중간고사도 망쳤다. 기말고사를 아무리 잘 봐도 학점이 낮을 것 같아서 어차피 재수강 할 거 수업 안 나간 적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예로, 학기 말 성적 정정기간에는 많은 학생들이 교수님에게 학점을 올리려는 문자나 메일을 보낸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학점을 낮춰달라고 요청하는 학생들도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이런 사례는 재수강을 통한 학점세탁의 경우로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제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씨(경영학과, 23)는 “B-받으면 평균학점 낮아지니깐 차라리 재수강 하려고 교수님한테 C학점으로 낮춰달라고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학점을 신경 쓰지 않는 학생은 없을까? 제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문모씨(국문과, 28)를 만났다.

Q. 수강신청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내가 관심 있는 것, 듣고 싶은 것을 수강하는 것입니다. 시를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여 현재 이와 관련된 ‘문화컨텐츠와 스토리텔링, 시창작론’ 등의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Q. 학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학점은 저의 목표를 위한 과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학점은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저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를 게을리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학교 수업을 성실하게 듣고 공부를 하지만 학점에 연연하지 않을 뿐입니다.

Q. 처음부터 학점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인가요?

A. 대학 입학 후 고등학교 입시 성격에 익숙해져서 학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무작정 높은 학점을 받으려고 열심히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경쟁사회라는 틀에 끌려 다닌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학점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이 변화했습니다. 또한 제가 꿈꾸는 문화비평가, 시인 등은 학점보다 글을 쓰는 능력을 더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학점을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게 됐습니다.

Q. 학점 강박증, 어떻게 생각하나요?

A. 혹시 괴벨스 자서전 읽어본 적 있나요? 분명 학교에서 한 번 쯤은 괴벨스관련 책을 읽어보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도 책을 읽지 않습니다. 괴벨스 선전 잘하는 것은 알지만 아무도 그 사람에 대해 알지는 못합니다. 그가 어디서 살았고 언제 죽었고 정치적 성향은 어떠한지 궁금해 하는 학생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들에게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 필요라는 것은 시험에 나오지 않아 학점에 필요가 없는 것이고, 취업하는데 아무 쓸모가 없고 삶에 와 닿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그런 쓸모에 의해서만 공부를 하니깐 ‘학점강박증’이라는 사단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학점 강박증으로 인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에 비판의식이나 반문 없이 받아 적기 급급합니다. 저는 그런 것들은 너무 공허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얻는 것 하나 없이 잠깐 외워 A+받는 것 보다 B0받더라도 교수님이 말한 책을 읽어보는 것이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현재의 청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학생들은 높은 학점을 받기위해 왜 경쟁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겨야 된다는 생각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왜 경쟁해야 하는지 목적의식 없이 ‘취업에 높은 학점이 좋으니깐’, ‘혹시 모르니깐’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학점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을 청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말하는 청춘은 진취적이고, 자유롭지 않더라도 자유를 외치고, 학점에 얽매이지 않고 몸부림치는 것이 청춘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생활을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청춘이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시절 꿈꿨던 우리들의 청춘은 “고생 끝 즐거움의 시작”, “대학가면 놀 수 있어”와 같은 즐거운 나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던 로망은 점차 깨지고 대학을 다니는 이유가 ‘학점을 받기 위해서’가 되었다. 학생들은 꿀교양을 찾아 수강신청을 하고 밤을 새워 과제와 시험공부를 한다. 이러한 상황 속 ‘자신이 관심 있는 과목’을 수강하고, ‘교수님이 시험에 나오지는 않지만 읽어보면 좋다고 말한 책’을 읽어보는 학생은 남들과 다른 특이한 학생이 되었다. 이렇듯 현재의 우리는 싱그러운 봄철은커녕 학점에 목마른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청춘 안에 A와 F가 있는 것이 아닌, A와 F사이의 청춘이 존재해버린 것은 아닐까?

< 2017 신문제작실습 / 이미현>

 

이미현  dlalgus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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