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새벽 부산대 여학생 기숙사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기숙사의 열려 있던 출입문으로 들어가 자고 있던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이듬해 4월, 같은 대학 학생회관 여학생 휴게실에서 성추행이 또한 일어나 불미스러운 일이 2년 연속 발생했다.

이러한 심각한 사건도 있지만, 여학생이라면 일상에서 아래와 같은 발언들을 직간접적으로 들어봤을 것이다. 「대학내일」에서 올해 3월 16일부터 일주일간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익명 제보를 받은 내용이다.

“너 여자애처럼 애교도 좀 부리고 다소곳하게 좀 해봐”, “취업이 안 되면 접시라도 닦으러 나가야지 집에만 있을 거야? 남학생들은 노가다라도 뛰는데”, “여자는 똑똑하면 남자한테 인기가 없어”

이처럼 최근 대학 내에서는 성범죄부터 성차별적 발언까지 크고 작은 이슈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 대학생이 바라보는 페미니즘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는 남녀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기 위한 관점, 활동을 뜻하지만 이 단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올해 3월부터 5월 사이 지방 거점 국립대의 대나무숲에 올라온 페미니즘에 대한 글을 조사해 보았다.

▲ 지방거점 국립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페미니즘에 대한 글이다.

우선 페미니즘에 찬성하는 의견들이다. 다음은 전남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이다.

“페미니즘은 여성 인권을 위한 이론입니다. 페미니즘이 사회적 약자를 안 돌본다고 욕하시고 댓글 중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돌보는 여성주의라고 비난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 여성주의는 모든 남성을 짓밟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인권을 동등하게 하기 위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의 인권을 올리자는 뜻입니다.”

“우리나라가 굉장히 양성평등이 잘 구축돼있다고 생각하시나 본데요. 대기업 임원진 수를 한 번 봐보세요. 고위 공직자 공무원 수 중 여자 비율을 한 번 체크해보세요. 사회적 지위 획득에서 여성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위치는 어떠한가요. 임금의 비율이 어느 정도 다른지 찾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더 큰 문제는요.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사회적 인식이 어떠한가입니다. (중략) 인터넷 상에서 일부 남성들이 사용하는 여혐단어 김치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마셔도 샤넬 립스틱 하나 있어도 김치녀잖아요! 이게 현실입니다.”

이 글들에서는 여성의 인권을 올리는 양성평등을 주장하고, 여성 차별과 비하 단어를 언급하며 페미니즘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반대로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는 의견들을 뽑아봤다. 다음은 경북대와 전남대 대나무숲에 게시된 학생들의 글이다.

“페미니즘이나 성 평등 관련해 남학생 입장으로 말할게요. 저는 역차별을 많이 받았고 봐왔습니다. 남자는 매너 있어야 하고 과묵해야 한다, 이런 건 남자가 해야 한다며 여자는 편하게만 지내던 등 많은 억압을 받았습니다. 여성이 차별받고 유리천장이 있다지만, 여성이기에 누리는 유리바닥도 있고 남성도 분명히 차별 받고 있습니다. 진정한 성 평등을 원한다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양측의 불평등을 없애야야지, (중략) 유리천장을 깨려면 유리바닥도 깨야합니다. 여성이 희생되는 경우는 없애려 들면서 남성이 희생되거나 무시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나 여성 우월주의와 가깝습니다.”

“우리나라 여성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시나요? 왜 여성들이 누리고 있는 특혜에 관한 건 쏙 빼놓고 이야기 하시나요? 유리천장이요? 그 유리천장을 두드려볼 생각은 하셨습니까? 페미니즘은 말 그대로 여성주의입니다. 과거의 여성의 지위가 낮았을 때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맞았지만 요즘과 같은 시대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그냥 여성 우월주의라는 것은 아시나요?”

남자가 역차별을 받고 있으며 유리바닥인 여성이 받는 특혜와 여성 우월주의에 대해 말하며 페미니즘의 반대 입장을 밝혔다.

페미니즘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의견도 있었다. 다음은 서울대 대나무숲의 글이다.

“저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페미니즘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외국에는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사상과 그 운동에 대하여 설득과 소통에 대한 선제 과정이 있는 반면에 국내에는 차별에 대한 일방적인 분노 표출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운동하시는 분들이 양성평등에 대한 동의를 하시는 것인지 남성 혐오에 대한 동의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을 위한 페미니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차별에 대한 분노 표출만이 있어 양성평등을 위한 페미니즘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 총여학생회의 위치

그렇다면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의 추세는 어떨까? 총여는 학내 여학생들의 권리 신장, 복지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대학 내 자치 기구이다. 2017년 총여가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제주대와 같은 지방 거점 국립대 10곳의 총여 존재 유무를 알아보고자 했다.

조사 결과 현재 총여가 활동하는 대학은 충북대와 제주대 2곳뿐이었다. 충북대는 2014년 총여 폐지 여부에 대해 학생 총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어 앞으로 존폐 여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대는 올해 총여 후보자의 부재로 보궐선거를 치러 원래 선거 기간보다 늦게 당선됐다. 작년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이 실시한 전국 4년제 대학교 총여학생회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체 217개교 중 17% (37개교)만이 총여가 존재하고 있어, 총여가 감소하는 추세는 전국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총여는 왜 사라지고 있는 걸까? 과거에 비해 여학생에 대한 성차별이 줄어들어 학생들이 느끼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클 것이다. 충북대 대나무숲의 게시된 글에서는 “대부분 총여학생회는 과거 대학교가 남초 시절 때 여성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졌고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현재 통계상 대학생 성비는 이미 동률이 된 지 오래되었고 여성인권 또한 예전보다는 충분히 신장되었다. 굳이 총학생회가 있는데 총여학생회가 지금 상황에서 공존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총학생회 산하기구에 인권부나 양성평등부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의견을 가진 여러 게시글을 대나무숲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3. 대학 내 페미니즘의 나아갈 길

페미니즘의 의미 논쟁이 계속되고 총여가 감소하는 추세 가운데 대학 내 페미니즘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총여의 폐지 이후 지방 거점 국립대 중 서울대는 여성주의 자치단체 ‘관악여성모임’이 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부산대는 2012년 폐지 이후 페미니즘 동아리인 '여명'과 페미니즘 모임인 ‘월담’이 활동 중에 있다. 경상대는 2016년 폐지 후 여학우국이 총학생회의 산하 기구로 재편성되어 총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대는 올해 페미니즘 책 읽기 모임 ‘FACT’, 페미니즘 소모임 ‘로제’가 신설되어 활동 중이다.

▲ 한양대 페미니즘 모임 '월담'에서 실시한 '강의실 내 숨은 혐오 찾기' 캠페인이다.

이처럼 전국 여러 대학에서 여성학 동아리, 여성주의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 예시 중 하나가 한양대 반(反) 성폭력 반(反) 성차별 모임인 ‘월담’이다. 이 모임은 2011년 성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에서 교수의 성희롱,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폐강 운동을 진행하던 학생들이 모여 만들어진 모임으로, 이후 ‘월담’은 ’강의실 내 숨은 혐오 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이 커져 올해부터는 총학생회가 진행한다. 이는 학생이 주축이 되어 학교 수업과 문화를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학생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전보다 늘고 있는 추세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거나 동아리 및 모임을 궁금해하는 글을 여러 대나무숲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음은 충남대 대나무숲에는 올라온 글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데, 혼자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학생입니다. 검색도 해보고 동아리, 소모임 모집 글들도 살펴보았지만 찾기가 쉽지 않네요. 충남대 내에서나 대전 내에서 페미니즘 스터디, 독서모임이 있을까요?”

▲ 올해부터 실시되는 성균관대학교 강의평가 성차별 항목이다.

‘월담’이 학생을 주축으로 학교 문화를 바꿔나갔다면, 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하려는 시도도 있는데, 성균관대와 한양대이다. 두 대학은 올해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의 강의평가에 교수의 성차별적 발언, 행동 여부를 묻는 항목을 신설했다. 성균관대 강의평가는 '교수님은 성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셨으며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였습니까'라는 문항과 함께 구체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주관식으로 적도록 했다. 평가 결과로 내용이 확인되면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교무과에서 해당 교수와 소속 단과대 학장에게 피드백을 진행하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로써 학생들은 불편했던 경험을 익명으로 전보다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대학 내 페미니즘과 성차별에 대한 얘기는 끊이질 않고 있으며, 학생들과 대학의 성 평등을 위한 여러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대는 어떤 상황일까? 제주대는 총여가 존재하고 있으며, 여성주의 동아리나 모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제주대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를 알아보고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제주대 내에 성차별이 발생하고 있을까? 발생하고 있다면 어느 분야에 존재하며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제주대 너의 위치는?

<2017 신문제작실습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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