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 컨텐츠는 무엇일까?

단언컨대 힙합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각종 미디어와 방송에서 다뤄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매 년 진행하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은 곧 6년차 장수프로그램으로 다시 돌아올 준비를 하고, SNS에선 힙합 스타들의 호화롭고 멋진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많은 학생, 청년들은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아, 힙합 스타가 되기 위한 꿈을 위해 오늘도 본인의 실력을 갈고 닦으며 힙합 속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많은 사람들 중, 이 제주도라는 좁은 곳에서 힙합을 위한 크루를 결성하고 공연을 진행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제주도의 젊은, 하지만 확고한 길을 걷고 있는 래퍼 한 분을 만나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25살 고순범입니다. 랩은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했고요, 제대로 시작하게 된 건 21살 때부터입니다. 현재 제주시청 근처 “낮과밤” 이라는 카페에서 Be-side Rap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프리스타일 랩의 한 종류인 싸이퍼(Cypher) 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사실 Be-side Rap이란 이름을 보시고 크루가 아닌가 하지만, 직접 음반 작업하고 공연하는 기존 크루들의 모습들 보다는 이런 싸이퍼를 진행하는 단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거에요.

▲ 카페 "낮과밤" 에서 만난 래퍼 고순범 씨

#힙합을 시작한 계기

시작은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그 학교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왠지 모르게 싫었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 가는 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서 등교도 포기했습니다. 아, 그렇다고 담배나 술 하고 나쁜 친구들 만나고 이런 건 아니에요.(웃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때 처음 힙합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빠졌죠. 노래의 비트나 가사를 듣다 보면 뭔가 자연스레 해소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싸이퍼라는 장르에 멋을 느끼게 돼서 남들처럼 길거리에서 랩을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는 분들에게 들어보시라고 손짓해가면서요. 그러다가 남들처럼 군대를 갔다 오게 되었죠. 전역하고 나니 이제는 좀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 때 카페 “낮과밤” 사장님과 함께 의기투합해서 지금의 Be-side Rap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 사실 사장님도 프리스타일 랩 챔피언 출신입니다. 되게 대단하신 분이에요.(웃음) 이 후 싸이퍼 공연 홍보로 도내 힙합에 관심 있고 음악하는 사람들을 모이게 했습니다. 대부분이 길에서 프리스타일 공연해 보는 게 다였는데, 이 곳에선 마이크와 무대도 있으니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볼 수 있더라고요. 제주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보자 한 것이 어느 정도 성공을 한 거죠. 뿌듯했습니다.

 

#힙합 공연과 사람들의 시선

길거리에서 자주 합니다. 보통은 시청벽화, 중앙로, 신산공원에서 주로 진행하고요, 웬만하면 여러 군데에서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싸이퍼라는 장르를 사람들이 많이 낯설어 하시기 때문에 많이 노출되려고 하는 거죠. 어려움은 있습니다. 사실 우루루 몰려다니며 랩하는 모습이 흔하진 않으니까요. 아직 많은 관심을 주시지도 않고요. 가끔은 시끄럽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공연 장소들은 미리 섭외하는 방식이 아니고 비어있으면 아무 때나 가는 건데, 대신 거기서 비켜달라고 하면 비켜야합니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죠. 신산공원의 경우 사람들은 많이 없어도 과거 도내에서 힙합하던 형들, 또 그 윗세대 분들 때부터 모이던 장소거든요.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따져 봤을 때, “낮과밤” 사장님의 도움이 정말 큽니다. 이렇게 고정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존재하는 자체가요.

 

#음악 작업은 어떻게?

전 작곡은 못하고 작사를 해요. 보통 스마트폰 메모장에다가 가사를 적어두죠. 가사 쓸 땐 사람마다 다 달라요. 저같은 경우 길 걷던 도중 들려오는 노래에 갑자기 느낌이 팍 올 때도 있고, 가끔 새벽에 감성 팍 터질 때 있잖아요?(웃음) 그럴 때 가사가 술술 써집니다. 또 남들에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하는 게 있을 때 가사를 적어 놓습니다. 작곡을 못하기 때문에 비트는 보통 다운로드 받아서 쓰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무료공개 된 곡들 위주로 사용하거나 주변에 비트 만드는 친구들에게 받아서 쓰기도 하고, 정말 좋다 싶으면 유료곡도 구매해서 사용하고요. 직접 만드는 친구들 보면 대단하더라고요. 집에 있는 개인장비들로 음악 작업 하는 친구들인데 대부분이 알바를 뛰어서 비용을 마련합니다. 소위 말하는 막노동을 뛰어서 말이죠. 장비 마련에 드는 비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꽤나 고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주변에 현재 음악작업을 하지 않는 사람들 장비 빌려서 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워낙 고가라 덥석 구매해버리기엔 부담이 되기도 하니까요.

 

#힙합을 통한 변화

저는 힙합 그 자체의 리듬, 비트의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비트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거든요. 또 힙합의 멋을 생각하다 보니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여기서 약속은 또 거창한 게 아니에요. [쓰레기 버리지 않기] [무단횡단 하지말기] [사람들에게 시비 걸지 말기], 어떻게 보면 가벼운 것들이지만 정말 지키기 어려운 것들인데, 힙합을 하면서 ‘내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에겐 이런 게 소위 말하는 swag이며 힙합입니다. 가끔 생각해요. 내가 힙합 안했으면 진짜 막살았겠구나.(웃음) 그래서 저는 힙합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힙합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살며 잘못 행동했던 것들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살았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제가 생각하는 힙합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런 자기 자신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거짓 없이 진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행동하다 보니 저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사를 쓸 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성찰하는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나를 되돌아 보며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게 되는 거죠.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앞으로도 계속 제주도에서 활동을 할 생각입니다. 다들 막 쇼미더머니 나가고, 어디 올라가서 활동 한다 이러면서 다 떠나버리니까 제주도에 아무도 없잖아요. 그래서 더 이곳을 지키고 싶어요. 사실 전 서울에서 살 성격이 아닌 거 같거든요. 서울사람들이랑 성격도 뭔가 안 맞고 어후.(웃음) 제주도가 좁기도 하고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 계속 모이게 되다 보니 끈끈한 연결고리가 생기는데, 개인적으로 서울지역은 그런 브라더십 같은 것이 결핍 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따로노는 느낌? 어쨌든 결론은 “얘들아 서울 그만 가.”입니다.(웃음) 또 저는 이 힙합의 밸런스가 맞았으면 좋겠어요. 도끼, 빈지노 같은 스타들의 성공을 따라가며 좋은 차타고 금목걸이 차고 이런 모습 다 좋은데, 그러한 모습들만 부각되면서 너무 자극적인 컨텐츠로 변모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미디어 노출로 인한 긍정적 인식이 많아지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도 정말 좋지만, 싸이퍼 등의 정통 길거리 힙합 문화도 균형 있게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 매 주 수요일 진행되는 Be-side Rap 싸이퍼 공연

#마지막 한마디

아직 제주도의 힙합문화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바보처럼 계속 해나가야 제가 생각하는 균형 있는 힙합으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많은 노력 할테니 지나가면서 저희 공연을 보게 되신다면 많은 관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힙합에 대한 이미지 하면 다들 빠른 비트에 랩을 뱉어내는 래퍼들의 모습들,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을 상상하십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 뒤에 진짜 힙합만의 멋, 힘들게 한 구절 써 낸 가사의 진실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2017 신문제작실습/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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