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4.3 대자보 사건’이 ‘중간고사 거부’로 이어지면서 제주에도 권력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면서 억압받았던 군사정권을 벗어나 민주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불타올랐다. 88년 민주화의 불꽃은 제주학생들의 의식을 불태웠고, 4.3사건은 드디어 세상의 문 앞에 서게 된다.

# 대규모 4.3진상규명운동의 시작

1988년 4월 4일 총학생회 주최 하에 40주년 ‘4.3위령제와 4.3진상규명 촉구 및 계승대회’가 열렸다. 이 위령제는 이전 4.3위령제와 달리 규모가 확대돼 학생 3백여 명이 참여했다. 88년 위령제 이후 정기적이며 대규모 성향을 띤 4.3진상규명운동의 시초로서 의미를 갖는다.

88년 4.3위령제 당시 정문에 걸려있던 현수막 <출처: 제주대신문, 88년 4월 15일자>

제주대신문 88년 4월 15일자에는 ‘4.3진상 규명… 대화 가져’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이날 김명진 총학생회장은 “4.3이 일어나게 된 원인 및 역사적 과정서부터 재조명되어야 한다”라고 전제한 후, “이를 위해 총학생회에서는 4.3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 사실진상규명작업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이 4.3에 대한 자유성토시간을 가진 뒤 ‘현 정권은 4.3특별조사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내일원에서 횃불행진을 했다.

88년 위령제는 87년 4.3진상규명의 태동과 89년 격렬한 투쟁을 잇는 과도기를 대표하고 있다. 87년에 비해 규모가 커진 위령제를 기점으로 이후 4.3진상규명운동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4.3진상규명운동에 학생과 시민들의 참여가 증가하게 된 계기라는 의의를 갖는다.

 

# 격렬한 투쟁의 시작

1989년 4월 3일 제주지역총학생회협의회 주최 하에 41주기 ‘4.3자주항쟁계승 및 구국선열추모제’가 학생 5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민주광장 및 옴팡밭 4.3위령탑 앞에서 열렸다. 89년 추모제는 4.3진상규명운동의 격렬한 투쟁의 시작을 상징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출처: 제주대신문, 89년 4월 11일자 기사>

제주대신문 89년 4월 11일자에는 ‘4.3은폐 책동 즉각 중단돼야’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추모제를 열고 학내시위와 노태우·부시 화형식을 가졌다. 이후 “4.3진상규명하여 민족통일 앞당기자”, “4.3학살 원흉 미국과 진상규명 왜곡하는 노태우를 처단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관덕정 까지 4.3구국선열 추모대행진을 하기위해 교문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본교 교수아파트 앞 경찰의 봉쇄로 저지되자 경찰과 맞서 1시간30여분동안 “4.3추모행사 파괴·탄압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돌과 화염병으로 격렬한 시위를 전개한 후 4시30분경 자진 해산했다.

89년 추모제 이전 기사를 살펴보면 4.3관련 행사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기사는 있지만 미군정에 대한 비판의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4.3학살 원흉 미국과 진상규명 왜곡하는 노태우를 처단하자”라는 구호를 통해 미국에도 4.3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언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89년을 기점으로 4.3행사에서 비판의 대상이 정부를 포함한 미군정까지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당시 제주도민들에게 ‘노태우·부시 화형식’은 4.3에 대한 억울한 한(恨)과 울분의 표출이며 미군정과 정부의 그릇된 행동을 규탄하는 상징이었을 것이다.

또한 ‘4.3구국선열 추모대행진‘도중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돌과 화염병을 사용한 폭력시위가 진행됐다. 이는 89년 추모제를 시작으로 4.3진상규명운동이 격렬한 투쟁기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즉, 앞서 87년에 있었던 투쟁의 연장으로 4.3진상규명운동에 있어 격렬한 투쟁의 시초가 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88년과 89년의 대규모 ‘4.3위령제’와 격렬한 시위를 통해 4.3사건은 구천의 대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4.3진산규명운동은 4.3의 한이 세상 밖으로 나온 80년대를 지나, 그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90년대 격렬했던 투쟁기로 이어진다. <2017신문제작실습/김기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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