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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가져보는 제주 '원주민'만의 세상
최낙진 | 승인 2015.12.22 15:29

메르스가 남긴 것은 국가 위기관리 능력과 신종 전염병 문제만은 아니었다. 제주에는 낯선 풍경을 만들었다. 그 많던 중국인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메르스 청정지역이라는 별칭을 하나 더 달기는 했으나,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한참에는 내국인들마저 보기 힘들었다. 역설에 가깝지만, 간만에 제주 '원주민'들만의 세상을 가져보게 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원주민이라는 표현이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다. 원주민이란 침략자나 개척자가 원래 살던 종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분히 외부 세력에 의한 식민지화 관점이 배어있는 호명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원주민이라는 말이 왜 제주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기 시작한 것일까?

2010년 이후 해마다 1만명 이상이 '제주 이민'으로 유입되어 2015년 현재 제주 인구는 63만명을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9년에는 7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중국인 무사증 제도와 부동산투자이민제 시행 이후 중국인들이 투자자와 관광객으로 대거 몰려오면서 한 해 외국인 관광객은 3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관광객까지 합하면 제주는 연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북적대는 국제관광도시가 된 셈이다. 이는 세계적 휴양지로 알려진 하와이나 발리를 넘어서는 수치이다. 그런데 이 화려한 수치가 제주 '원주민'의 삶을 풍족하게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메르스로 인해 잠시나마 제주가 조용해졌다. 혹자는 이를 가리켜 '불안한 평온'이라 칭하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자마자 원희룡 지사는 반바지를 입고 서울 명동으로 올라가 거리 홍보전을 펼쳤고, 외신기자들과 이색적인 간담회를 가졌다.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도 한다. 작금의 상태를 관광 생계형 위험이라고 인식한 원 지사의 행보는 십분 수긍이 간다. 곧 중국인들과 내국인들이 다시금 제주에 몰려올 것이다.

요즘 언론에서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뜨고 있다. 얼마 전 한 신문사가 모 카드사와 제휴하여 4,50대 아줌마는 신세계 백화점이 있는 강남터미널 부근에서, 2,30대 젊은이는 홍대 앞에서 만나 놀고 쇼핑한다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강남 아줌마'와 '홍대 젊은이'가 숫자로 증명된 셈이다. 그 근거 자료는 이들의 카드 사용 내역이었다. 이 방식을 컴퓨터와 SNS 상에서 오고가는 '대화'에 적용하면 세상 사람들의 삶을 다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각광받는 이유다.

데이터 저널리즘 발상을 제주에 적용하면 어떠한 세상이 보일까? 굳이 디지털 공간이 아니더라도 제주에서 가장 많이 오고 간 '대화'는 '중국인(자본)'과 '땅값(집값)'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해마다 1만명씩 증가하는 '국내 외지인'도 빠질 수는 없다.

국내 어느 지역과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원주민' 개념이 애잔하기 그지없는 '원도심' 살리기처럼 제주에서 회자되고 있다. 불어나는 인구, 치솟는 땅값과 집값. 그러함에도 제주 원주민의 삶이 나아졌다는 소리는 여간 들리지 않는다. 대신 제주 사람들이 주변부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노파심이기를 바라지만, 세계 각국 특히 관광지역의 원주민들에게서 익히 봐왔던 풍경이라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제 제주에서 오고가는 대화는 통계수치의 향상이 아니라 제주인의 삶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국내외 외지인들을 불러들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주 원주민들의 생활이 넉넉해지는 것을 집중 고민해야 할 때이다. <최낙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본 칼럼은 한라일보 한라칼럼(2015.07.21)에 실린 내용입니다.

최낙진  choinj@jejunu.ac.kr

<저작권자 ©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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