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웬만한 일이 아니면 화를 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장점을 쉽게 얻은 건 아니다. 누구나 겪는 고민을 나도 해보았으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얻은 이런 성격은 군대에서 얻은 것들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이다. 나는 ‘알아서 다 돼’라는 말을 달고 산다. 항상 자신감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고, 이번 과제 역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가족독서릴레이'라는 과제를 받고나서 든 생각 또한 ‘알아서 되겠지’였다. '아버지와 누나에게 책을 건네주고 읽고 하면 되겠지'하고 쉽게 생각했다. 근데 막상 시작하려 하니 책 선정부터가 고민이었다. 요즘 집이 힘들어지다보니 웃음기가 많이 줄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나에게도 가장의 무게가 느껴지게 되면서부터 나도
처음 가족 독서 릴레이를 한다고 들었을 때, 책을 고르는 것보다 가족들이 책을 읽어줄까? 라는 생각에 걱정이 먼저 앞섰다. 오빠와 내가 대학생이 되면서 가족들 모두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집에 있는 날에는 각자 방에 들어가 있기 바빠 얼굴을 보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선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가족독서릴레이 책 선정을 위해 서점에 갔을 때 나는 가장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문득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책을 선정하고 난후 가족들에게 가족독서릴레이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바쁘다고 시간이 없다며 거절할 줄 알았던 내 걱정과 달리 엄마는 흔쾌히 알겠다고 대
초등학교 훈화 시간에 '말은 나에게 돌아온다'라는 말을 들었다. ‘상대에게 나쁜 말을 하면 그 말은 똑같이 나에게 돌아온다. 대신 좋은 말을 하면 그것 역시 똑같이 돌아온다.’ 그 날 저녁 부모님께 정말이냐고 물었다. 부모님께서는 그렇다고 끄덕이셨다. 그러면서 아빠는 나에게 '너의 가치는 네가 만드는 거다. 너의 가치를 잘 가꿔라.' 라고 말씀하셨다. 어릴 때는 어떻게 해야 가치를 가꿀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하는 행동과 말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말에는 무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무게는 내가 얼마나 그 일들을 진지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먼저 다듬기로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가
가족 독서릴레이를 받고 꽤나 난감했다. 책의 난이도를 설정하는 게 가장 큰 난관이였다. 아빠와 동생의 나이차를 생각하면 ‘과연 알맞은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의도와 다르게 ‘가족’은 포기해야했다. 대신 친한 동갑내기 친구들과 같이 하기로 했다. 비록 각자의 생활이 바빠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내 과제를 도와줄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직접 말하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다. 카톡으로 글만 보내면 이해를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첫 주자인 내가 바빴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으로 내가 느낀 점을 적을 수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친구들과 논의해서 책을 골랐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내 취향의 책을 선정하자니, 기간 내에 다
가족독서릴레이라는 말에 무색하게 우리 집은 나와 엄마 둘 밖에 읽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만이라도 읽어주시고 잠시나마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무의미하다 생각지 않는다. 고른 책의 이름은 ‘자살가게’ 언뜻 들으면 가족들과 읽기에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비춰질 수 있다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많은 책들 중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일단 글이 어렵지 않다는 것, 블랙 코미디 소설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중학생시절 읽었던 결말에 대해 물어보고자 했다는 것 이였다. 그렇다, 이미 이 책은 먼 옛날 한번 나를 거쳐 갔던 책이다. 읽었던 책들 중 결말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충격을 주었기에 우연히
각종 언론매체에 나오는 유명인들은 다들 자신들만의 아픔과 개인 사생활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비밀연애, 결혼식 등을 통해 우리에게 본인들의 모습을 숨기려는 지키려는 것이 항상 나는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책을 보고나서는 그런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책의 저자는 故임윤택이다. 울랄라세션의 리더이자,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우승자다. 그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모든 이목이 집중됫다. 그는 바로 위암 말기 환자였다. 무대위에 올라가기전에도 몸이 너무 아파 가누기 조차 힘들지만 절실하기 때메 무대위에 올라가 광대처럼 놀았다. 그가 위암 말기 환자로써 너무나 아픈 삶을 지내고있는데 우리는 그모습을 보며 안쓰러워하고 그가 1등이 되기를 빌었고, 그가 1등을 해도 더 좋은 활동
┃82년생 김지영. 95년생이나 다를 게 없네. 한 친구가 읽고는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친구는 읽어보기도 전에 대충 이야기만 듣고도 질색했다. 난 그거 안 읽을래. 사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별로 끌리지도 눈을 사로잡지도 않았다. 제목부터 디자인까지.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 제목은 지겨울 만큼 꽤 오래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사실 가족독서릴레이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몰랐을 일이었다. 나는 마땅히 읽을 책을 청해놓지 않아 어떤 것으로 할까 찾고 있었고, 도서관에 간 어느 날 이 책을 읽고 있는 친구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책 재밌어? 하는 질문에, 너도 읽어보라는 친구의 말에 그만 덜컥 빌려버렸다.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모르면
우리 가족은 전형적인 행복한 가정이다. 감사하게도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를 위해주는 탓에 웃는 날이 우는 날보다 많았다. 나는 우리 집의 이런 환경이 한국가정의 가장 보편적인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처 없는 집이 어디있겠냐만은, 그래도 나름대로 행복하고 밝은 가정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난 후로 우리나라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세월호 참사부터 대통령 탄핵까지 다사다난한 날의 연속이었다. 우리나라는 행복한 가정이 아니었다. 보듬어야 할 상처가 너무 많고 그 상처를 돌아볼 겨를 없이 새로운 사고가 터졌다. 나의 책임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실감되는 것이 없다고 해도 그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2016, 2017년은 유독 광주사태가
처음 이 과제를 듣고 당황했었다. 책 선정 문제부터 가족과 책을 돌려 읽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 각자 할 일이 많아 바쁘고 책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전달하기 전 먼저 가족의 의견을 물어보았고 아쉽지만 제일 바쁜 엄마를 제외하고 아빠, 나, 동생 셋이서 가족독서릴레이를 하게 됐다. 책 선정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가족과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을 검색도 해보고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책이 없었다. 그러다 아빠께 가족이 다 같이 읽을 책 추천 해달라고 여쭈어보았고 고민하시다 며칠 뒤에 『끌리는 박물관』을 추천해 주셨다. 박물관에 대한 책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선정 이유가 궁금해 여쭈어보았더니 아빠는 운전을 하는데 우연히 라디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책 제목이 그렇게 와 닿을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부모님에게 하고 싶던 말이었다.‘그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고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으며한편으로 내 인생 최고의 낭비이기도 했다‘첫 장을 마주했을 때 보게 된 이 구절은 지난 4월부터 8월의 미국 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정말 저 말 그대로 그 시간은 내 인생 다신 안 올 영광이며 최고의 순간이었다. 나는 저자처럼 미국 전역을 몇 달 동안 여행하고 다닌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다. 내가 했던 여행은 짧았지만, 그 안에서 느꼈던 자유로움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그 동안 참 좁은 나라에 갇혀 있었더라고 생각했다. 그
처음 ‘가족 독서 릴레이’라는 과제를 접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다. 책을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부모님에게 책을 권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색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9월 28일, 출판문화론 수업을 통해 헌 책 판매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의 ‘가족 독서 릴레이’를 위한 책은 그 곳에서 선정되었다. 바로 구매하여 다음날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에서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와 당찬 성격의 ‘미라’가 17살에 아이를 가져 불과 서른 셋의 나이에 16살 아들 ‘아름’이의 부모가 된다.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인 아름이의 신체 나이는 여든 살이다. 어리고 철없는 부모지만 대수와 미라는 아름이와 씩씩하고 밝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
나는 동그란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눈, 콧대는 높지만 콧망울이 둥글고 넓으며, 얇은 입술을 가졌다. 덕분에 갸름한 얼굴에 예쁘게 쌍꺼풀이 진 큰 눈,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을 가진 사람들을 매번 부러워하며 살고 있다. 사실, 나는 아버지와 똑 닮았다. 아버지 동창들은 ‘영호가 영호를 낳았네!’ ‘웃는 게 딱 영호 딸내미네~’ 하고 껄껄 웃으실 정도로, 아버지와 눈부터 체형까지 다 닮았다. 비밀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눈만은 쌍꺼풀이 크게 진 어머니의 눈을 닮게 낳아 줬어야지, 하고 부모님께 징징거리기도 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억울하게도 내 동생은 큰 눈과 작고 오똑한 코까지 우리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에. 심지어 걔는 남자인데도 어릴 때부터 나보다 예뻤다.1 남 1 녀 중 장녀로 태
내 생에 가장 오래 된 기억은 4살적의 기억이다. 어릴 적 나는 폐렴 등 각종 잔병치레로 2년 여간 병원에 입원했었다. 당시 나의 작은 몸에 링거 주사를 계속 맞다보니 상체엔 더 이상 맞을 곳이 없어 발 까지 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의 병원에서의 기억은 너무 생생히도 기억난다.“아이고 우리 석헌이 잘 참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해야 됐던 걸까? 나는 그 어린나이에 억지로 눈물을 꾹꾹 참아가며 두꺼운 주삿바늘을 버텨냈다. 이 20년도 넘는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당시 너무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칭찬 때문이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아팠던 자극적인 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면 칭
나는 살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느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엄마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자기 자신보다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시는 엄마를 계속 내 옆에 있어줄 ‘당연한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라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이고, 여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 옆에 항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나를 위한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엄마가 나를 위해 해주던 일이 엄마의 몫만은 아니라는 것을. 과제를 받고 가족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어떤 책이 좋을까 고르던 중, 우리 집 책장 속에 있던 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가족독서릴레이에 적합한 책이었다. 이 책은 꽤 오래전부터
나는 주옥같은 문장을 좋아한다. 짧은 글로 내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이른바 촌철살인의 한마디 말이다. 이제껏 내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것은 성경구절뿐이다. 그 밖의 다른 어떠한 달콤한 말들, 심지어 명언조차도 날 사로잡기엔 부족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은 전투를 앞둔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전하고픈 삶의 교훈을 편지형식으로 쓴 책이다. 겸손, 협력, 사랑, 믿음, 우정 등의 스무 가지 ‘기사[騎士]의 규칙’을 우화를 통해 풀어냈다. 흔히 말하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지녀야할 가치라는 보편적인 소재이다. 그러나 직설적으로 설교처럼 제시하기보다는 간결한 문체의 일화를 통해 에둘러 전달하고 있다. 이는 여운을 줌과 동시에 내 마음을 온통 휘어잡기에 충분했다. 한 가지 더
고마워. 입 모양을 세 번만 움직이면 되는 아주 짧은 말이지만, 사랑과 미안함이 함께 담겨 있는 그런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비록 그것이 사소한 상황일지라도. 식당에서 내 컵에 물을 따라 줄 때, 옷에 흘린 음식을 닦기 위한 휴지를 건네줄 때, 시간이 부족한 나대신 무언가를 해줄 때 등 정말 작은 부분에서도 고맙다고 말하려 한다. 아무리 작은 상황일지라도 그들은 나를 위해 한 행동들이기에, 당연시 여기지 않고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려는 생각인 것이다. 나의 이런 생각은 문득, 다른 사람들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쯤, 나에게 가족독서릴레이라는 기회가 생겼다. 하나의 책을 선정해 온 가족이 돌려보고 그것
가족 독서 릴레이, 초등학교 방학과제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과제를 대학교 4학년이 되고 나서 처음 접했다. 굳이 과제로 해야 되나 싶었지만 막상 의도를 알고 나선 꽤 의미 깊은 숙제가 될 것 같았다. 가족이 돌려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한 명의 주자가 다 읽으면 다음 주자가 이어받아 책을 읽는 식이였다. 문득 과연 ‘아빠가 하실까’란 의문도 들었다. 그렇게 서둘러 책을 선정해야 했고 나 혼자 읽는 것이 아닌 가족 전부가 읽는 책이기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 발견한 책, 중학교를 다닐 적 읽었던 책으로 사춘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하기 싫었던 내게 희망을 불어 넣어줬던 책, 연금술사를 선정하게 됐다. 취업을 앞둔 나와 곧 준비를 하게 될 두 살 어린 남동생 덕분에 평소 대화를
내가 ‘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말조심해라, 입을 조심해라, 남의 흉을 듣게 되도 옮겨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어렸을 때는 말조심하라는 뜻이 정확히 와 닿지 않아 항상 ‘네네’하고 성의 없이 대답만 했던 것 같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어려서, 덜 자라서, 미성숙해서였을까.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조금씩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다. 사춘기 때의 나는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에게 안부 인사도 하지 않고 투정을 부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학교 갈 준비를 도와주는 부모님께, 조금만 일찍 일어나 아침 먹고 가라는 걱정에도 더 자고 싶어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 급하게 뛰어나가며 왜 안 깨워줬냐고 화
‘한 권의 책으로 가족들과 생각을 공유하다’ 아마 대학생활 3년 중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나 자신이 책과 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도 없고 그보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이것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것. 가족들 중 누군가 책을 읽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내가 어릴 적 우리 집은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이사를 여러 번 다녔다. 이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짐이 많으면 이사를 하는데 더 힘이 든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남기고 오는 것들은 더 이상 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이었다. 시리즈별로 샀던 위인전, 동화책, 만화책 들을 두고 오니 현재 우리 집에 있는 책은 나와 언니의
읽기 전, 1. 여러분이 읽는 이 글은 과제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과제이다.2. 여러분은 나란히 앉아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3. 여러분은 아무것도 아니다.4.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5. 하지만 여기서 얻는 의미는 없다.6. 그러므로 당신은 속은 것이다. 1 내가 읽은 책은 아무 내용이 없다. 65페이지에 걸친 장황한 무의미를 담고 있다. 이 글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과제가 아니다. 어쩌면 불가능한 과제다. 내가 『관객모독』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다. 페터 한트케의 헤어스타일 때문이다. 불가능한 과제는 문장의 의미 그대로 과제를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